이전글
학자는 난봉꾼이 못되고, 난봉꾼은 학자가 못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중하게 앉아 머리쓰는 일과 아랫도리 쓰는 일을 같이 하기는 힘들다는 뜻인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한의학에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동양학문에서는 자연현상의 관찰을 통해 세상만물의 이치를 이해하려 했는데, 수승화강 역시 음양을 기반으로 한 배경에서 나온 원리입니다. 공기의 흐름을 보면 뜨거운 공기는 밀도가 낮아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밀도가 높아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이렇게 뜨거운 공기가 위에 있고, 차가운 공기가 아래 있는 상태에서 대기는 안정화되어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멈춰있게 됩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무생물인 대기와는 다르게 끊임없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움직임이 일어나려면 불기운은 아래로 내려가 있고, 차가운 물기운이 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멈추지 않고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수승화강은 물기운에 해당하는 신수腎水가 위로 올라가고 불기운인 심화心火가 아래로 내려가야 음양의 균형이 잘 이루어지고, 몸이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이론입니다. 머리는 시원하게, 발은 따뜻하게 해야 좋다든지 반신욕으로 하반신을 데우는 것도 다 수승화강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런 수승화강의 상태가 무너지면 발생하는 기능적 질환이 많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갱년기나 화병 증상입니다. 머리 위쪽으로는 열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지루성 피부염처럼 두피가 화끈거리고 눈과 입이 바싹 말라갑니다. 심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거나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면 아래는 갈비뼈를 기점으로 선으로 갈라놓은 것 마냥 차갑게 느껴집니다. 손발과 아랫배가 차가워져서 잘 체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배는 차갑게 느껴지는데 가슴 위쪽으로는 열이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오래 앉아서 일하고 움직임이 적은 사람, 가만히 앉아 머리쓰는 일이 많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상열하한 증상이 자주 생깁니다. 수승화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머리 위쪽은 뜨겁고, 아래쪽은 차가워지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한寒, 차가움’은 자각적으로 느끼는 차가움보다도 기능저하에, ‘열熱’은 많이 써 과열된 상태, 항진에 가깝습니다.
학자는 주로 머리를 쓰는 사람입니다.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리는 사무직은 학자의 생활에 가깝습니다. 매일 앉아있기만 하니 하체를 움직일 일이 없습니다. 따로 시간내어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발달할 리 없습니다. 위쪽은 과열되는 반면, 아래쪽은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성생활은 하복부가 따뜻해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상열하한의 상태에서는 성생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들은 상열하한의 상태에서 오히려 성욕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합니다. 엔진은 잘 돌아가는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는 것입니다. 여성은 건조증, 불감증을 호소하고 남성은 조루, 지루경향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행복한 성생활은 따뜻하고 튼튼한 하체에서 시작됩니다. 하체 근력을 키워야함은 물론 평소 머리는 시원하게 아랫배는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커피 역시 바짝 긴장하게 만들어 머리에 불을 때우는 역할을 하므로 하루 한두잔을 안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술도 가볍게 마실 때는 긴장을 푸는 작용을 하지만, 여러 잔 마시면 수승화강의 밸런스를 깨뜨려 성기능을 약화시킵니다. 평소 머리에 열이 오르고 배가 차갑게 느껴지는 사람은 복식호흡과 꾸준한 하체운동을 통해 열기운을 아래로 내려주는 것이 성기능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 수승화강을 돕는 혈자리
수승화강을 도와 성기능을 강화하는 필수 혈자리를 소개합니다. 젤이나 마사지오일을 바르고 해도 좋고, 맨손으로 꾸욱 눌러줘도 도움이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손끝으로 후벼 파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사지를 한다고 팔꿈치나 손끝으로 아프게 비비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면 오히려 긴장만 심해지고 몸살만 날 수 있습니다. 손가락 지문 쪽의 둥근 부위를 이용해 5초 정도 지그시 압력을 줬다가 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한 혈자리당 5에서 10회 정도 반복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1. 예민하고 관계를 싫어한다면, 견정
긴장으로 어깨에 만성적으로 힘이 들어가면 근육의 피로가 쌓일 뿐 아니라, 머리로 올라가는 혈관, 신경을 압박하게 되어 두통, 어지럼증이 생기고 눈이 건조하고 어둡게 느껴집니다. 몸이 만성 긴장상태로 예민하고 날카로우면 성감 역시 떨어져 성관계가 즐겁지 않습니다.
이렇게 승모근 긴장으로 뒷목이 뻣뻣하고 무거울 때, 상체로 몰린 열을 아래로 풀어내리는 대표적 혈자리가 바로 견정입니다. 상대방이 평소 짜증이 많고 관계를 싫어한다면, 견정혈을 마사지해 긴장을 풀어보세요.
-위치:7번 목뼈(목에서 가장 튀어나온 척추뼈)와 어깨 끝을 연결한 선의 중간지점. 뒤에서 어깨를 봤을 때 가장 볼록하게 튀어나온 근육부위라 생각하면 됩니다.
- 지압방법:엄지손가락으로 바닥면을 향해 지그시 5초 정도 눌러줬다 떼도록 합니다.
2. 신경성으로 생긴 성기능 장애, 소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적절히 풀지 못하면 ‘기가 막힌다’라는 표현처럼 기운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울체되어 여러 기능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화병처럼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터질 것 같이 짜증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소부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생긴 여성의 불감증, 건조증 및 남성의 신경성 조루, 발기부전을 완화합니다.
- 위치:주먹을 쥐면 새끼손가락 끝이 손바닥에 닿는 부위입니다. 4,5번째 손가락 뼈 사이로 손금보다 약간 아래를 눌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 지압방법:반대쪽 손의 엄지, 검지로 집게 모양을 만들어 손등과 손바닥이 닿을 것처럼 5초간 지그시 눌러줍니다. 이때 깊은 숨으로 복식호흡을 해주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3. 여성의 성기능을 돕는 음릉천, 음곡, 곡천
무릎 뼈 내측을 빙 두르고 있는 혈자리로 특히 여성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평소 퇴행성으로 무릎이 약하거나 자궁과 방광이 약한 여성분들은 이쪽을 가볍게 누르기만 해도 소리 지를 정도로 아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조증, 불감증, 성교통 치료에도 효과적입니다.
- 위치:음릉천은 안쪽 옆에서 봤을 때 튀어나온 무릎뼈 바로 아래 움푹 들어가는 혈자리입니다. 조금 더 뒤쪽으로 가서 오금주름이 접히는 부위를 만지면 단단하고 얇은 힘줄이 두 개 만져지는데 반막양근과 반건양근이란 근육의 힘줄입니다. 힘줄 안쪽이 곡천, 힘줄 사이가 음곡입니다.
- 지압방법:음릉천, 음곡과 곡천은 살짝만 눌러도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살짝 아플 때까지 엄지손가락으로 5초간 지압합니다.
4. 남성의 성기능을 강화하는 태계
사극에는 임금님이 합방 전 태계혈에 침을 맞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생식기능에 관계된 신장경락의 순환을 돕기 위한 혈자리가 태계입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오랜 시간 피로가 축적되면, 머리도 맑지 않고 눈도 뻑뻑하며 붕 떠있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허열虛熱’이라 표현합니다. 태계는 이런 허열을 내리고, 신장기능을 도와 발기부전, 만성전립선염, 남성불임 등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입니다.
- 위치:안쪽 복숭아뼈 뒤쪽, 아킬레스 건 앞에 움푹 들어간 혈자리. 평소 허리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좋은 분들은 누르면 까무러치게 아픈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지압방법:좀만 눌러도 아픈 분들이 많아 부드럽게 마사지합니다. 마사지 오일이나 젤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발 뒷꿈치 뼈부터 태계혈을 따라 종아리 근육까지 선으로 연결하듯 부드럽게 이어서 마사지합니다. 살짝 아프게 느껴질 정도의 압력이 좋습니다.
